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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목요담론]고지영 연구원[한라일보-2017.11.30]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17-11-30 조회수 : 239

제주 여성사 쓰기, '왜' 필요한가

 

지난주에는 오랜만에 학술행사에 다녀왔다. 제주대학교 박물관과 탐라문화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제주 여성사 연구의 회고와 미래 전망"이라는 주제의 학술대회였다. 초겨울의 맑고 시린 공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바쁜 일정에서 잠시 벗어나 대학 교정에서 좋은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학술대회의 중요한 성과는 제주 여성사에 대해 제대로 쓸 필요가 있다는 데 다수가 수긍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제주의 역사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여성의 삶을 제대로 잘 쓰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참으로 어렵다.

기존 여성사 작업의 한계와 앞으로 무엇을 지양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보다 수월할 수 있다. 예컨대 기조 강연자는 단편적인 지식의 나열이나 불평등한 여성의 지위를 보여주는 데 머무르지 말 것, 서구 여성사 등과의 치밀한 비교분석을 통해서 '학문적 부실공사'를 지양할 것, '단순한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 공적, 사적, 일상생활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여성의 삶을 전문성 있게 분석하고 제시할 것 등을 피력했다.

한 토론자는 2000년대 이후에 '제목만 다를 뿐' 각 기관들이 경쟁하듯이 발간한 각종 사료집이나 자료집들을 좀 더 통일된 맥락으로 연결하고, 제주사회가 가지는 자원의 제약, 국가권력의 강제성 등의 지역적 특수성에 대한 구조적 시각과 젠더 접근을 균형 있게 조합할 필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유용한 지적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역 여성사 서술 작업은 1990년대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고, 지역에서 여성 관련 전문 연구기관이 생겨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 강원도를 필두로 전북, 경기, 경북, 부산 등 각 지역에서 추진되기 시작했다. 제주에서도 여성 인물, 구술, 사진 등의 사료 총서 작업(2001~2008)과 고대에서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여성사 통사가 2회에 걸쳐 발간되고, 개인 연구물과 학위논문들도 생성되기 시작했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하며 한 가지 느낀 것은 우리는 제주 여성사를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동의는 하면서, 정작 그것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답은 쉽게 내리지 못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이는 곧 여성사를 기술하는 목적 또는 '관점'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우선 우리가 제주 여성들에 대해 어떤 미래를 원하느냐는 '미래' 관점에서 과거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대학 시절에 매우 좋아했던 영국의 사회운동가이자 문화이론가인 레이몬드 윌리엄스는 "역사는 과거뿐만 아니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매우 다양한 모양의 미래에 대해서도 가르쳐 준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과거에 대한 재조명이 시급한 것은 배제되었던 모든 것을 나열하고 집적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미래를 기획하기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0년, 30년, 60년, 또는 100년 후 제주 여성의 삶이 어떠하기를 바라는가? 미래 여성들이 제주 여성사 기록에서 무엇을 배우기를 바라는가?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자료를 남겨주어야 하나? 여성사 서술에 대한 방법론적 질문 이전에 '왜'라는 물음이 필요하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이 있어야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나올 수 있고, 그 전략과 실천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서는 내년에 제주 여성의 삶 재조명을 위한 전략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그 목적과 구체적 전략을 찾아가는 데 많은 분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 주시기를 기대한다.

 

 

https://www.ihalla.com/print.php3?aid=151196760058077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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